사람다운 행동

2021. 9. 13. 20:48잡설/쓰고 싶어 쓰는 글

사람도 동물 중 하나이다. 
그런데 다른 동물은 하지 못하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뭘까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건 어떠한 생각, 행동으로부터 시작될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것은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을 미래를 개척하는 데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자성어로 하면 '온고지신', 한 단어로 하면 '학습'이다. 처음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경험적으로 체득했겠지만, 그 주기를 읽은 후에는 전해져 가을에 보리를 제외한 작물을 심지 않게 되었다. 지금에는 24절기로 전해져 절기마다 맞아떨어지는 날씨에 소름이 돋고는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 생각, 지혜에는 귀를 닫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 믿어왔던 것을 굳건히 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과거의 경험과 역사를 배우지 않는 사람들은 현재의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혹은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대비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이 배울 줄 안다면, 배운 것 중 일부를 실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쟁력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름에 씨앗을 뿌려 잘 자라니 가을에도 뿌리지만, 겨울에는 추워져 얼어 죽는다. 봄에도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으니 씨앗을 뿌리지 않고 여름이 돼서야 주변을 둘러보고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다. 배우는 사람들은 봄, 여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한 작물을 겨우내 먹는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다 보면 잠자던 경쟁력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농사를 엄청 잘할 필요는 없다. 배운 교훈에 적합하게 착실히,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인간만의 전유물이었던 학습이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의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불리는 효율적이면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학습을 진행하고 있고, 적용가능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사람의 학습에 있는 장애물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은 자신의 과거 경험에 매몰되거나, 배운 것을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클루지(Kulge)에 얽매인다. 인공지능과 경쟁하려면 자신의 클루지를 인지하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공지능이 인간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학습하기 부담스러웠던 분야를 대신 학습하게 하고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다채로운 실천을 시도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인공지능, 즉 학습머신을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계속 배우다 보면 결국 미래에 보이는 길이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왕좌를 차지하는 날이 온다고 해도, 사람다움의 체통을 지키면서 계속해서 배워나갈 것이다.